꽃은 물론이고 다른 식물들도 제각각 자신만의 향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식물들의 다양한 향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오늘은 살균을 위한 향기부터 경쟁, 번식을 위한 향기까지 식물들이 내는 다양한 향기의 종류와 그 향기가 가지고 있는 역할을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식물 향기의 역할 ① 살균 작용
가을이 되면 산에 올라가 산림욕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어나죠. 이런 삼림욕의 인기는 나무에서 방출되는 맑은 공기와 피톤치드 덕분인데요. 테르펜이라는 물질이 주성분인 피톤치드는 사람들에게 심리적 안정, 항균 작용, 피부를 소독하는 약리 작용, 면역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피톤치드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박테리아나 곰팡이의 공격으로부터 식물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살균 물질입니다.
식물 향기의 역할 ②영역싸움
동물만 생존과 번식을 위해 영역싸움을 하는 걸로 알고 계실 테지만 식물도 동물처럼 영역싸움을 합니다. 흥미롭게도 식물은 향기로 영역싸움을 하는데요. 식물에서 분비되는 타감 물질을 통해 치열한 영역싸움을 벌입니다. 예를 들면 소나무 뿌리에서 나오는 갈로탄닌이라는 타감 물질이 있는데요. 갈로탄닌은 다른 식물은 물론 소나무의 씨앗인 솔방울도 살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 자신만의 영역을 지킵니다. 소나무뿐만 아니라 실비아는 휘발성 터펜스를 분비하고 검은호두나무는 주글론, 유칼립투스는 유칼립톨을 분비하여 다른 식물의 성장을 방해합니다.
식물 향기의 역할 ③자기 보호
어떤 식물의 향기는 자신을 갉아먹는 곤충을 물리치는 역할을 합니다. 벌레들에게 공격받은 솔잎과 배춧잎은 상처 부위에서 테르펜이나 세키테르펜과 같은 휘발성 화학물질을 풍기고 이 향은 벌레의 천적인 말벌을 불러옵니다. 향기가 아닌 고약한 냄새로 자신을 보호하는 식물도 있습니다. 아프리카 초원에 사는 가시주엽나무인데요. 기린이 가시주엽나무의 연한 잎을 뜯어먹으려고 하면 고약한 냄새가 나는 에틸렌가스를 분비해 기린이 견디지 못하고 떠나게 만든다고 합니다.
식물 향기의 역할 ④번식
식물의 향기는 마치 식물의 감정 표현과 비슷한데요. 번식기간이 다가온 꽃은 대사작용에 의해 향기 또는 특이한 냄새를 내는 2차 물질을 만들어냅니다. 이 향기는 고영양물질, 곤충에게 이로운 물질이 있다는 정보를 곤충에게 알려줍니다. 또 꽃의 향기는 곤충의 종에 따라 차별화되어 분비되기 때문에 꽃의 종류에 따라 찾아오는 곤충이 조금씩 다른 것입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번식기간이 끝나면 바로 향기를 내는 물질이 없어져 향기를 잃게 되죠.
꽃에서 나는 은은한 향기나 숲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상쾌한 향은 모두 식물들이 목적을 가지고 방출하는 향기입니다. 사람을 위해서가 아닌 식물 자신을 위해서 내는 향기인 것이죠. 위에서 설명해드린 식물 외에 향기가 나는 식물이 있다면 그 식물이 내는 향기의 역할은 무엇인지 확인해보는 것도 좋은 학습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