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따뜻하고 희망적인 이미지가 있습니다. 이런 이미지가 있는 이유는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많은 동식물의 생명력이 기지개를 켜는 시기라서 그런 것이 아닐까요? 추운 겨울을 지나고 기온이 변화하면서, 우리 주변에 많은 변화를 몸으로 느낄 수 있으니까요. 남도에서는 어느덧 매화·산수유꽃이 활짝 피어 봄이 왔음을 알리고 있습니다. 겨우내 힘든 시기를 이겨내고 예쁜 꽃을 피운 것이죠.
하지만, 봄만 되면 찾아오는 불청객도 있습니다. 바로, 미세먼지, 황사, 그리고 산불인데요. 오늘은 이 중 산불에 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려 합니다. 우리나라의 산불은 봄철 그리고 강원도 동해안 지역에서 주로 발생합니다. 계절적, 지리적, 문화적 등 복합적인 이유로 봄철에 산불이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죠.
봄에는 우리나라의 설날, 단오, 추석과 함께 4대 명절의 하나인 한식(4월 5일)이 있는데요. 한식에는 성묘하는 풍습이 있어, 산을 찾는 성묘객들이 많아집니다. 또한, 이맘때쯤이면 한해 농사 준비를 위해 논이나 밭 주변을 태우는 경우가 있죠. 이는 주변의 해충 제거를 위해서 예전부터 관행적으로 해왔던 농법인데요. 이처럼 건조한 봄철에 산을 찾거나, 논두렁과 밭두렁을 소각하는 중 불을 다루다 조금만 부주의하게 되면 커다란 산불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행정안전부에서 지난해 발간한 2019 강원 동해안 산불백서에서도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백서에는 최근 10년간(`09~`18년) 계절별 연평균 산불 발생 현황을 보면, 봄철에 253건의 산불이 발생하여 전체 건수(432건)의 58%가 집중된 것으로 나오며, 가을철(9~11월)은 38건 발생하여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납니다.
우리나라 산의 특성을 자세히 살펴볼까요? 첫 번째로 우리나라 산의 모습을 살펴보면 전체 국토의 63.5%가 산지입니다. 그리고 그 산의 대부분은 나무로 뒤덮여(산지의 96%) 있죠. 우리나라 산에 있는 나무 중 38%가 산불에 약한 소나무를 비롯한 침엽수인데요. 특히, 소나뭇과의 나무들은 상처를 입으면, 상처로 세균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송진이라는 것을 만들어냅니다. 이 송진은 기름 성분이 포함되어 있으며, 활엽수와 비교해 수분함량이 낮아 산불에 매우 취약합니다. 또한, 강원도 지역 나무들의 분포를 보면, 백두대간은 주로 활엽수를 비롯한 여러 종류의 나무로 구성된 혼합림이지만 해안가 지역으로 내려갈수록 점차 침엽수 단순림으로 바뀌는데요. 이로 인해 백두대간에서 주거지역인 해안가, 즉 동해안 지역으로 갈수록 산불의 위험이 더 커지게 됩니다.
두 번째는 지형적인 특성과 관련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동쪽이 높고 서쪽이 낮은 동고서저의 지형을 가지고 있는데요. 특히 높은 곳은 동해안 지역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다른 동아시아 나라에 비해 경사가 가파른 지역이 많은데요. 동아시아 지역의 평균 경사도는 3.9도지만 우리나라는 5.7도로 훨씬 가파른 지형을 가지고 있습니다. 산지의 경사와 산불 확산 속도를 비교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경사가 있는 산지에서는 평지에서보다 약 3배 정도 빠르게 산불이 펴져 나간다고 합니다. 산불은 낮은 지역에서 높은 지역으로 퍼져나가는 특징이 있기 때문인데요. 따라서 우리나라는 산 아래에서 산불이 발생하면 급한 경사를 타고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는 형태를 보이게 됩니다.
이러한 동고서저의 지형은 봄철 중국에서 불어오는 편서풍이 백두대간을 타고 넘어가면서 나타나는 푄현상의 원인이 됩니다. 푄현상은 바람이 산을 타고 올라오면서 점차 기온이 낮아지고, 습도가 높아지게 되고 산을 넘어가기 전에 많은 양의 비를 내리는 현상인데요. 그로 인해 공기는 수증기를 빼앗겨 건조해지게 되고, 높은 산맥을 넘어 내려오면 기온이 다시 올라가면서 건조한 바람으로 바뀌게 되는 현상입니다. 이처럼 푄현상으로 인해 나타나는 고온 건조한 바람이 되고, 이러한 지형 때문에 발생하는 푄현상은 산불에 취약한 환경을 만들게 됩니다.
세 번째는 기상적인 특성입니다. 우리나라는 1년에 내리는 비의 양의 50~60%가 여름철에 집중되어 있고, 봄·가을에는 건조한 날씨가 나타납니다. 또한, 봄철 따뜻하고 건조한 양쯔강 기단의 영향을 받아 맑은 날씨와 건조한 상태가 계속되는데요. 따라서 이 시기에는 산이 건조한 상태로 불이 붙기 쉬운 상태가 되어 작은 불씨에도 큰 산불로 변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나라는 봄철이면 특히, 대형 산불들이 많이 발생합니다. 그런데 산불이 발생하는 직접적인 원인은 자연적인 영향보다는 사람들에 의한 인위적인 영향이 더 높다고 하는데요. 최근 10년간의 산불 발생의 원인을 살펴보면 입산자의 실수로 발생하는 경우가 36%, 논·밭두렁 및 쓰레기 소각에 의한 발생이 31%, 담뱃불에 의한 발생이 4% 등으로 주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산불은 한 번 발생하면, 큰 피해를 가지고 오는데요. 지난해 발생한 호주의 산불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9월에 발생한 화재는 6개월동안 지속적으로 호주 전역을 태워버리는 사상 최악의 산불이 되었어요. 이 산불로 호주는 남한 면적보다 더 넓은 숲을 잃어버렸죠. 산불과 함께 발생한 연기는 사람들의 건강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었고 경제 분야에도 큰 피해를 불러왔는데요. 기업들은 경제적인 손실을 보았고, 관광객들이 호주 여행을 취소하면서 관광산업에도 막대한 피해를 가지고 왔습니다. 또한 산불은 인간에게만 영향이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호주를 대표하는 코알라, 캥거루와 같은 동물들이 목숨을 잃었고, 가슴 아픈 사진들이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에 알려지기도 했었죠. 이 산불로 호주에 살고 있던 10억 마리 이상의 야생 동물들이 목숨을 잃고 서식지도 잃어버렸습니다. 호주의 산불 발생의 원인은 정확하지 않지만, 한 번 발생한 산불의 피해는 인간과 자연에 모두 큰 피해를 가지고 온다는 걸 보여주었습니다.
우리나라는 봄만 되면 크고 작은 산불들이 발생해서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산불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진화 장비를 갖추고,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침엽수와
활엽수를 혼합하여 숲을 조성하고, 임도를 건설 하고있는데요. 이러한
방법들은 산불이 퍼지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고, 발생한 산불을 빠르게 끄는 방법들입니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우리나라 산불의 가장 큰 원인은 대부분 사람에 의한 것들인데요. 특히, 산불이 발생하기 쉬운 봄철에는 더더욱 많은 주의가 필요하죠. 산에 갈 때는 꼭, 화기를 멀리하고, 유익한 벌레도 함께 불태우는 논과 밭 태우기를 하지 말아야합니다. 숲은 많은 사람과 동식물이 함께 살아가는 공간으로 우리 모두 주의를 기울여 산불을 예방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