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라이프

초등학교 교사가 알려주는 회장, 부회장 선거의 모든 것



학교들이 개학하면서 미뤄졌던 행사도 진행되고 있죠. 그중 하나가 바로 우리 반 회장, 부회장 선거! 실제 자녀들의 입을 통해서만 분위기를 전해 들으실 텐데요. 오늘은 그 자리에 함께 있는 초등 교사 두 분을 통해 우리 반 회장, 부회장 선거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회장, 부회장 선거는 정해진 규칙이 있는데 이러한 규칙은 학교마다 다를 수 있어요. 우리들의 궁금증을 해결해 주실 선생님들의 학교 규칙을 중심으로 회장, 부회장 선거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Q. 회장, 부회장 선거는 언제부터 하나요? 


H교사(서울): 서울지역 초등학교의 경우에는 보통 1, 2학년은 회장, 부회장 선거를 하지 않으며, 월마다 회장, 부회장을 돌아가며 하고 있습니다. 아직 어린 학생들에게 부담감을 덜어주고 모든 학생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주기 위해서 제가 근무하는 학교는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Q. 학생들이 회장, 부회장 선거에 출마를 많이 하는 시기가 있나요?



J교사(경남): 학교마다, 학급 분위기마다 다르겠지만, 우리 학교에서는 3, 4학년들이 좀 더 많은 것 같고, 학년이 오를수록 조금씩 출마자가 줄어드는 것 같아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3학년 때에는 회장, 부회장에 대한 호기심이 있을 때고, 무엇이든지 해보려고 하는 경향이 고학년들에 비해 많은 시기입니다. 



Q. 1학기와 2학기 회장, 부회장 입후보 수는 같나요? 다른가요?


H교사: 입후보 수는 비슷합니다. J선생님 말씀처럼 학기의 차이보다는 학년의 차이가 더 큰 거 같아요. 3, 4학년들이 지원을 많이 하고 5, 6학년 학생들이 적게 합니다. 다만 1학기에는 학생들이 서로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학교는 하루 이틀 지나고 선거를 바로 하는 경우도 있어서 서로 간의 파악이 좀 부족할 때가 있습니다. 그에 비하면 2학기에는 학생들이 서로에 대해서 좀 더 파악이 잘 된 상태에서 회장, 부회장을 뽑게 되는 차이가 있습니다. 


Q. 그렇다면 출마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건가요?



J교사: 출마는 누구나 다 할 수 있습니다. 본인이 직접 손을 들어서 나올 수도 있고, 친구의 추천으로도 가능하지요. 다만 입후보자가 너무 많으면 표가 분산되거나 사표가 많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어서, 학교의 규칙에 따라 예비투표를 통해 입후보자를 가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일례로 우리 반 학생은 28명인데 14명의 친구들이 지원을 해서, 예비투표로 7명을 선정해 투표를 하도록 했습니다. 예비투표에서 1위를 했던 친구가 실제 투표에서 회장에 뽑히지 않는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Q. 아이들은 주로 어떤 공약과 다짐을 하나요?


H교사: 하루 이틀 전부터 철저하게 준비한 친구들도 있고, 즉흥적으로 발표하는 친구들도 있기 때문에 공약의 내용은 매우 다양합니다. 겉으로는 티를 내지 못하지만 출마에 따른 공약 발표를 하는 시간이 저에게는 매우 재미있는 시간입니다. 아이들의 기발한 발상과 쇼맨십, 순수하고 귀여운 다짐과 표정을 모두 볼 수 있기 때문인데요. 반대로 출마한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 시간이 정말 긴장되겠죠. 외우던 공약을 잊어버려 당황하기도 하고요.


“저를 회장(또는 부회장)으로 뽑아주신다면 우리 반을 ㅇㅇ 만들겠습니다.” 보통 이렇게 시작합니다. 학생들이 내세우는 약속은 정확한 통계와 순위를 정하기는 어렵지만 첫째, ‘우리 반을 1등 반으로 만들겠다.’ 둘째, ‘화합을 잘하는 반으로 만들겠다.’ 셋째, ‘재미있는 반, 웃음이 가득한 반으로 만들겠다.’ 등과 같이 ‘우리 반 메이커(Maker) 형’이 있고요. 다음으로 자신이 어떻게 하겠다는 발표도 많이 합니다. ‘제가 청소를 열심히 하겠습니다.’ ‘제가 우리 반을 위해 봉사를 열심히 하겠습니다.’ ‘제가 어려운 친구들을 돕겠습니다.’와 같은 ‘자원봉사자형’ 등도 많이 등장합니다. 


J교사: 대부분 매우 짧게 진행됩니다. “저를 회장으로 뽑아주신다면 우리 반을 4학년 중에서 최고의 반으로 만들기 위해 열심히 봉사하겠습니다.” “저를 부회장으로 뽑아주신다면 회장을 도와......”이런 식으로 아이들이 말하거든요.



Q. 혹시 기억에 남는 공약 같은 것이 있나요?


J교사: '우리 반 친구들에게 떡볶이를 쏘겠다'와 같은 이야기를 하거나, '점심시간에 축구를 매일 할 수 있게 하겠다'라는 등의 학생들도 있고요. '하고 싶지 않으니 뽑지 말아 달라‘고 하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떡볶이를 쏘겠다 등과 같은 금전적인 이야기는 해서는 안 되는 공약이거든요. 그래서 사전에 이러한 부분은 주의를 주고 있습니다.



Q. 회장, 부회장이 되면 친구들과 다른 역할을 하나요?



H교사: 담임 선생님의 학급 운영 방식과 교육철학에 따라 다릅니다. 4학년 이상이 되면 학급회의를 진행하고 전교어린이 회의에 참석하는 것과 같이 정해진 역할을 하고요. 나머지는 유동적으로 담임선생님이나 교과전담 선생님께서 역할과 책임을 안내합니다. 학급을 대표하여 인사를 한다든지, 특별실로 이동하여 수업할 때 맨 앞에 서 있는 경우도 있으며, 교내 심부름 또는 친구들을 위한 학급 봉사활동에 가장 먼저 참여하게 하지요. 담임선생님에 따라서는 회장, 부회장에게만 이러한 역할을 주지 않고 학생들 모두가 경험할 수 있도록 돌아가면서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Q. 그렇다면 회장과 부회장의 역할이 차이가 없다는 뜻인가요?


J교사: H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그것도 선생님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회장에게 주로 대표 인사를 하게 하고 부회장에게 학생들의 활동을 점검하게 하는 등 역할을 구분해 주시는 분들도 있고, 월마다 역할을 나눠 주시는 분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교사가 회장과 부회장의 역할을 엄격히 구분하는 것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편입니다.



Q. 혹시 회장 및 부회장 선거와 관련하여 부모님들이 알아야 할 사항이나 준비해야 할 것이 있을까요?



H교사: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다만, 학생들이 처음 접하는 직접 선출 제도로 학생들은 긴장을 많이 합니다. 그리고 혹시 출마했을 때, 낙마하게 될 것을 매우 우려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학부모님들께서는 도전 자체에 큰 의미를 둘 수 있도록 학생들에게 격려하고 칭찬을 많이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실제 개표를 할 때 아이들의 손에는 땀이 날 정도로 어린 학생들의 마음이 ‘up’되었다가 ‘down’되기도 하거든요.




민주주의 꽃이라고 하는 ‘선거’를 어렸을 때부터 경험하게 되는 우리 학급 회장 부회장 선거! 학생들 앞에서 출마 공약을 해볼 수 있는 기회이면서 동시에 리더십을 배울 수도 있는 기회인 것 같습니다. 당선된 자녀에게는 축하와 칭찬을, 혹시 당선되지 못한 자녀에게는 위로와 격려를 해주면서 민주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